러시아인이 술 잘먹는 이유?


최근 러시아 보건부의 국립중독연구소는 국민건강과 사회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는 알코올중독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이 연구팀의 발라디미르 누즈니 박사는 "러시아인이 전통적으로 보드카를 많이 즐기는 이유는 칭기즈칸에 의해 형성된 몽골인종(황색인종)의 유전자가 그 원인"이라는 기이한 주장을 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스크바 시민의 50%가 몽골인종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이 유전자 속에 포함된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유럽의 순수 코카서스 인종에게 없는 특수한 효소를 지니고 있었다는 게 누즈니 박사의 얘기다. 바로 이 효소가 인체의 혈류 속에 많은 알코올을 흡수하고 이를 천천히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몽골인종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안 가진 사람보다 술에 강하며 먹어도 쉽사리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임상실험'을 통해 그들의 주장을 입증했다. 코카서스계 대학생 6명과 몽골인종 유전자를 가진 대학생 6명에게 보드카 350g씩을 1시간 내에 마시게 한 뒤 신체반응과 행동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각종 테스트를 했다. 질문에 답하기, 정신집중이 필요한 컴퓨터 게임하기, 일정한 간격으로 혈중 알코올농도 검사, 노래하기 등의 반응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몽골인종 학생이 50% 더 알코올을 흡수했고, 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더 걸렸다. 또 이들의 음주 시 행태가 공격적이고 감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칭기즈칸 지배 때 유전자 퍼져
이 연구팀의 발표로 인해 과음자와 알코올 중독자의 대부분이 몽골인종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 치부되거나 아니면 알코올 중독자 중에는 자신이 몽골 정복자 아틸라와 칭기즈칸의 후손이라고 믿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을까.

인류사에서 최초의 유라시아 정복은 몽골인종인 훈족에서 시작됐고 4세기 무렵 아틸라 시대가 절정기였다. 13세기께 또다른 몽골인종인 칭기즈칸이 세계의 광활한 지역을 지배했다.

이 사이 몽골인종 유전자는 세계의 각 인종과 결합돼 전 세계로 퍼졌다. 긴 세월 몽골인종의 이동 루트는 아시아-러시아-유럽이다. 즉, 러시아와 슬로베니아 등 세계 제일의 음주국을 위시해 동유럽국가들과 한국-중국-일본 등 몽골인종 유전자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러시아의 국민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현재 15ℓ이며 국민의 7분의 1이 알코올에 중독돼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러시아인의 낮은 평균수명의 주범으로 알코올을 지목하고 그 이면에는 몽골인종 유전자가 작용한다는 이 연구팀의 발표는 세계인들에게 몽골인종의 존재를 새삼스럽게 부각시킨 셈이다.

그런데 이 연구팀의 유전자 실험은 '알코올 중독자는 몽골인종'이라는 주장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최근에 밝혀지기 시작한 세계인들의 몽골인종 유전자를 인식시키면서 인종 차별과 국가 이기주의, 그리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편견과 오만을 벗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몽고인종=술꾼'이라는 이미지를 낳고 말았다.

유상현〈웹진 '괴물딴지' 운영자〉ddangi__@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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