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노이즈를 추적하라


지난해 11월 12일, 임신 8개월의 아내와 태아를 살해한 협의로 기소돼 세계의 주목을 받은 스캇 피터슨에게 배심원의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제 그는 오는 2월 25일 판사의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수 교도소로 유명한 산 퀜틴 형무소에 수감될 것이라고 한다.

2002년 연말 스캇 피터슨 스스로 아내 라스 피터슨의 실종을 신고한지 근 2년만에 신고자인 남편 그 자신이 바로 살인자로 판명된 것이다.

이 사건의 단서가 전자음성녹음(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 기술로 영혼의 소리를 추적하던 샌드라 라는 아마추어 EVP 실습자가 죽은 라시의 영혼과 우연히 접촉하고 그녀로 부터 남편이 자신과 뱃속에 있는 아이를 죽였다며 살해 당시의 상황과 시신을 바다밑에 암장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남편의 처벌을 호소하는 소리를 듣고 이를 제보한 것이 동기가 됐다고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EVP가 새삼스럽게 초현상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로부터 죽은 사람과 산 사람간에 종교인이나 심령술사 같은 특별히 신통력을 발휘하는 전문가들이 영혼과의 대화를 중계해 왔고 세상에 죽은 영혼을 위로하고 원한을 풀어주며 악령을 쫓는 의식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TV 라이브쇼나 드라마를 통해 보는 영매들의 죽은 영혼을 다루는 신기한 초능력들을 볼때면 정말 놀랍고 충격적이다. 그런데 이제 샌드라 처럼 특별한 초능력자나 영매가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도 과학기술 덕분에 기능이 향상된 가정용 컴퓨터, 녹음기, 비디오, 측정기 등 간단한 장비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써서 별 어려움 없이 EVP와 ITC(Instrumental Transcommunication)방법으로 죽은 사람과 접촉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올해초 미주지역에서 개봉된 마이클 키튼 주연의 <White Noise>는 바로 EVP를 주제로 한 영화인데 제작사측의 발표는 영화속의 EVP사례는 공포와 스릴 효과를 높히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표현됐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갑자기 실종된후 몇주만에 시체로 발견된 죽은 아내로 부터 수신된 알 수 없는 전화 메시지가 녹음되고 죽은 그녀의 휴대폰에서 메시지가 오며 타인의 EVP 실험중에 샌드라의 경우 처럼 죽은 주인공의 아내 소리가 포착된후 직접 주인공이 컴퓨터로 EVP를 통해 죽은 아내의 영혼과 만난다.

컴퓨터 음향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가능해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란 음향 전문 용어로 음향기기의 전원을 켜고 볼륨을 올리면 시~"하며 들리는 주파수 잡음을 말하는 것으로 언제, 어디, 어느 기계 스피커에서나 기본적으로 깔리는 잡음은 볼륨을 제로 상태로 놓아도 미세하게 들리는데 미지의 전파가 혼합된 상태로 음질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최근 음향 합성 재생 기능의 향상으로 특정 주파수의 밴드위드 값을 키우거나 줄이고 분리시켜 해당 주파수의 소음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 원리에 따라 죽은 영혼이나 다른 차원의 소리를 청취하는 것이 바로 EVP기술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자신의 EVP기법을 공개한 한 초현상 실험자의 사례를 보면 그는 신트릴리엄(Syntrillium)의 음향 편집 프로그램인 쿨 에디트 프로(Cool Edit Pro)를 사용하여 컴퓨터로 10분에서 15분간 주위가 고요한 한밤중에 소리를 녹음하여 디지탈 주파수 파장 그래프에 변화가 온 부분을 지정해 영혼의 소리를 추적하는데 샘플 레이트를 22050에서 42100사이로 설정하여 볼륨을 최대로 해 녹음하여 정상으로 혹은 거꾸로 듣는다고 주장했다. 또 실험자들 가운데는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하여 음성과 함께 영상까지 컴퓨터로 재생하는 ITC(Instrumental Transcommunication) 방법을 쓰는 이들도 있다는데 이같은 방법으로 습득한 죽은 영혼의 소리와 영상을 담은 파일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 NBC 뉴스에 소개된 산안토니오의 초현상 연구가 길레모 퓨엔테스는 여러 영혼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심지어는 영혼들에게 질문을 하여 대답까지 들었다고 하는데 그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장소에서 EVP 녹음을 하고 컴퓨터로 재생하여 뉴스 취재진에게 죽은 자가 말하는 소리를 들려줬다고 한다.

외계의 소리를 듣는 SETI 처럼 미지의 주파수를 연구하는 EVP 전문 과학자들이 있지만 아직 소리의 실체를 명확히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해 초자연 연구에 머물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 중에는 게임이나 오락에서 잠시 빠져나와 호기심을 가지고 음향 녹음 프로그램을 조작하며 미지의 화이트 노이즈를 추적하는 실험(?)에 한번 몰입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EVP를 권하는 이도 있다.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도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지만 죽은 자와 접촉하고 말소리를 듣고 모습을 본다는 것이 어쩐지 으시시한 느낌을 준다.

만일 세상에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EVP 교신을 하고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사후세계와 대화가 가능해져 누구나 유능한 영매처럼 수시로 영혼을 불러내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가정하면 이 세상이 얼마나 변할까? 상상해 본다. 라시 같이 억울한 원혼들이 더는 없게 되고 죽음의 진실이 은폐되거나 억울한 피살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와 모두 자신의 영생을 믿고 바르게 사는 지상 낙원이 되지 않을까?

유상현〈웹진 '괴물딴지' 운영자〉ddangi__@hotmail.com






(c) 웹진 괴물딴지 1999-2010.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