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자 영혼이 살인자 지목?


심령술사나 원격투시자가 실종자를 찾고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범죄수사를 돕는다는 이야기는 가끔 있었다. 그런데 일반인이 호기심으로 행한 영혼의 음성녹음(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을 통해 실종자가 살해된 사실과 시체은닉 장소, 그리고 살인자의 범행이 소상히 밝혀져 사건수사가 착수됐다고 주장하는 특이한 재판이 진행중이다. 특히 이 사건은 EVP로 영혼의 목소리를 녹음한 사람이 자료를 인터넷에 상세히 공개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라시 피터슨 살해 사건' 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살인사건은 현재 CNN 등 미국의 주요 뉴스 미디어를 통해 세계에 토픽으로 보도되고 있다. 200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캇 피터슨(30)은 임신 8개월의 아내 라시 피터슨이 실종됐다고 센추럴 밸리 시 경찰에 신고했다. 라시의 실종 당일 스캇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버켈레이 마리나에서 낚시를 한 것이 확인돼 알리바이 또한 확실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일대에서는 실종자를 찾는 작업이 연일 계속됐고 뉴스와 전단을 통해 라시를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21년 동안 거주해온 주민 샌드라는 당시 웹을 통해 영혼의 전자음성녹음 프로그램을 받아 컴퓨터에 설치하고 EVP녹음과 영혼 대화를 실험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라시의 영혼과 접속했다. 라시는 자신과 8개월된 태아 코너가 남편에게 살해돼 그의 낚싯배에 실려 버켈레이 마리나 해안 가까운 바다 밑 콘크리트에 묶인 채 수장돼 있다며 샌드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과 아기는 속히 인양돼 묘지에 묻히기를 바라며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남편 스캇의 범행을 수사 당국에 고발해 벌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샌드라는 라시의 영혼과 나눈 EVP녹음대화를 날짜별로 정리해 외부에 알리기 시작했다. 초현상 전문 라디오쇼를 진행하고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제프 렌스에게 일차 제보하고, 그의 웹사이트에 이 사실을 공개했다. 또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에도 자료를 제공했다.

영혼 음성 배심원 평결 영향 주목
경찰은 라시의 영혼이 알려준 시신이 던져진 지점을 수색하던 다이버들은 수중음파탐지기를 동원해 바다 밑을 정밀수색했으나 시신을 찾지 못하고 고생했는데 라시의 영혼이 집요하게 지점을 수정해 결국 시신을 찾는데 성공했다. 라시의 영혼이 말해준 대로 남편의 범행 증거물인 보트, 스캇의 딴 여자 관련 사진,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피 묻은 의류 등을 찾았다. 경찰은 스캇을 라시 살인 용의자로 입건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스캇의 변호사는 스캇이 살해했다는 명확한 증거와 증인이 없으며 검사는 단지 정황증거만으로 피고인을 살인범으로 기소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스캇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라시와 함께 8개월 된 태아가 살해돼 여론의 관심이 비등하자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태아손상법에 서명했고, 18세 이상 임신모와 태아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는 법을 여러 주에서 속속 시행하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EVP 녹음 자료가 이 사건해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는 샌드라의 주장은 사실이며 변호사가 말하는 정황증거란 검사측이 공개하기 곤란한 초과학적인 EVP 녹음증거의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재판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피살자 자신의 EVP진술 자료가 앞으로 과연 범행의 증거로 제시되고 배심원들의 평결에 영향을 줄 것인지 세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유상현〈웹진 '괴물딴지' 운영자〉ddangi__@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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