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관통한다


2003년 4월 24일 스코틀랜드의 커크커드브라이트 해안에서는 미국-영국 해군 고위 장성들과 무기과학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차세대 전자기(電磁氣) 병기의 화력시범이 있었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병기가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이 병기의 탄환은 초당 2,500㎞(마하 7)의 극초음파 속도로 200해리 (370.2㎞)를 직선으로 날아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기존 전술-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는 이 신무기의 이름은 '레일건'. 1960년대 후반 미국의 군사연구소에서 개발됐다고만 알고 있던 레일건은 할리우드 영화 [이레이저(Eraser)]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다. 화약이 아닌 전기로, 그리고 발사 직후 플라스마로 변하는 '용해철'로 코팅된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하는 레일건은 탱크와 군함을 비롯한 어떠한 철갑이나 장애물도 극초음파 속도로 날아가 관통할 수 있다고 한다.

2003년 8월 28일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는 순찰중이던 M1A1 에이브람스 탱크가 연필 지우개 크기의 플라스마 탄환을 맞아 기계 장비들이 손상을 입고, 탑승 전차병이 다쳐 탱크가 부대로 급히 후송된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에 탱크의 우측 강화장갑을 뚫고 선체를 뚫은 노란색 플라스마 탄환은 사수의 철제 의자도 뚫고, 그의 방탄조끼까지 뚫었다. 이어 탱크를 움직이는 전자장비를 뚫고, 탱크의 좌측 선체 강화장갑에 박혔다.

영화 [이레이저]에 등장
이 탄환은 기존의 장갑 관통용 RPG(로켓추진수류탄) 탄환이나 대전차 포탄처럼 처음 구멍이 뚫린 우측 강화 장갑을 우그러뜨리지도 않았고 화염에 그을린 자국도 남기지 않았다. 강화 장갑을 관통한 뒤 강철로 만든 탱크의 내부벽 등을 모두 일직선으로 관통해 이를 목격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바그다드의 M1A1 탱크 피격 사건은 발생 2개월 뒤 미국의 〈아미 타임즈〉지를 통해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사건을 전쟁터에서 레일건이 최초로 사용된 사례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의혹이 있다. 만약 외부 세력으로부터 레일건을 넘겨받은 이라크 저항세력이나 다른 세력이 바그다드에서 탱크를 향해 레일건을 발사했다면 왜 단 1대만 공격했을까. 누가 왜 이런 시험을 한 것일까.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렬로 서 있는 탱크 10여 대를 단 한 발에 뚫어버리고, 날아가는 초음속 전폭기를 일순간에 떨어뜨리고, 멀리 물 위에 떠 있는 군함을 단 한발로 침몰시킨다는 레일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우주무기로 우주나 대기권에서 맞닥뜨리는 적대적인 침입자를 막기 위해 위성과 지상기지에서만 사용하던 레일건을 축소해 해상의 전함에 탑재하고 잠수함에서 발사하고, 지상의 탱크나 장갑차에 탑재해 병기로 사용한다면 장래의 무기체계와 작전개념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유상현〈웹진 '괴물딴지' 운영자〉ddangi__@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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